광고의 철학-베니와 제트기, 사라진 마법사

베니와 제트기

나는 뉴욕 부두에 있는 어느 섬에서 자유의 여신상의 치켜든 횃불을 조용히 올려다보다가 멀리서 우르릉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이내 커지기 시작했고 곧 여섯 대의 해군 제트기가 여신상 위로 날아와 빈틈없는 대형을 이루며 여신상 횃불 위의 투명한 파란 하늘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 때가 블루 엔젤을 처음 본 때였다. 그리고 나는 곧 베니를 떠올렸다.

 

인쇄업자인 베니는 그의 기술을 몇몇의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기도 하고 그들이 스스로 작은 인쇄소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였다. 베니는 각 인쇄소의 젊은 파트너들에게 그들이 필요한 모든 종이와 인쇄용품들을 파는 묵묵한 파트너로 남아 있다. 많은 이들은 베니를 인쇄업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베니는 세일즈맨이다.

 

훌륭한 세일즈맨인 베니는 사실 놀라울 만한 판매고를 올려 왔다. 그의 고용주들은 절실하게 돈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망해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들에게 돈을 빌려 주려 하지 않았다. 베니의 임무는 회사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대략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아무런 담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베니는 이런 불가능한 일에 대해 계획을 갖고 있었다.

 

베니는 방귀깨나 뀌는 거물들이 모이는 저녁 파티에 꾀를 내어 참석하였는데 힘있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띠며 명함을 들고 달려가는 대신 파티에 참석한 모든 남자들의 부인들이 모이는 옆방으로 살짝 들어갔다. 베니는 연신 웃는 얼굴로 경청했고 재치 있는 질문을 던져 부인들에게 이내 인기를 얻었다. 그가 파티 뒤풀이에 초대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다 똑같다. 여자와 이야기하고 남자를 피하라.

 

어느 날 밤 부인들이 “베니, 당신은 어디서 왔는지 당신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해 봐요.”라고 말했다. 곧 그녀들은 베니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고용주와 그들의 고상한 목표와 희망과 꿈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불과 며칠 후에 베니의 고용주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돈을 얻을 수 있었다.

 

블루 엔젤이 여신상 위를 지나갈 때 나는 베니를 떠올린다. 왜냐하면 이 동상은 1777년 베니의 고용주들에게 돈을 빌려 주었던 맘 좋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선물한 것이기 때문이다. 1777년은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 독립전쟁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프랑스로부터 빌리는 것을 주선해야 했던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백 년이 지난 후 프랑스는 자유의 여신상이라 불리는 작은 선물로 베니의 고용주들의 성공을 축하했다. 미국에게 다행스럽게도 베니는 내부 지지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이 젊은 나라를 분쟁에서 구해낼 수 있도록 하였다. 만약 베니가 오직 의사결정권자하고만 협상하도록 훈련받아 왔다면 오늘날 뉴욕 부두에 이 동상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사라진 마법사

프랭크는 자신의 연설에 넋이 팔린 청중에게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한 다음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내가….” 그러나 나머지 말들은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프랭크는 연단 뒤로 물러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웃으며 외쳤다. 그러던 중 그는 강당 뒤쪽에서 손을 든 사람을 보았다. “네, 질문 있으십니까?”

 

품위 있는 신사가 복도로 걸어나오자 왁자지껄하던 실내는 조용해졌다. 그는 한쪽 눈썹을 오만하게 씰룩거리며 방안을 둘러보고 나서 프랭크에게 “나는 오늘 오후 당신이 보여 주었던 개인적인 철학에 경의를 표함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그 동업자들은 변함없는 사실과 단단한 과학의 가치를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말의 충격이 충분히 방안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도록 잠시 말을 끊은 후에 다시 두 번째 잽을 날렸는데 “왜 명성 있는 대학들은 당신의 이론을 수용하지 않습니까?” 잠시 또 말을 끊은 후 “왜 하버드대학의 강연에는 요청받지 못했나요?”라고 물었다.

 

프랭크는 웃으면서 즉시 답변했다. “하버드요? 하버드는 완벽하게 좋은 귤이 될 학생들을 받아다가 그들을 탱자로 만들지요.” 숨막히는 웃음이 강연장 전체에 폭발하였다. 복도의 사나이가 “그러나 당신은 객관적 사실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했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조롱한다기보다 동정 어린 미소로 프랭크는 그 사나이를 응시하며 마치 단 두 사람만이 이 방안에 있는 것처럼 조용한 목소리로 “진실은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때의 박수소리가 아직도 강당 안에 울리고 있는 것 같다. 복잡한 관계에 대한 본능적인 이해와 아무리 평범한 공간에서라도 그 속의 아름다움을 찾아 내는 프랭크의 독창적인 능력은 그를 가장 위대한 광고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언어의 운율에서는 에너지를 얻지 못했다. 그의 예술적인 리듬은 콘크리트와 철의 맥박에 고동쳤다. “모든 위대한 건축가는 필연적으로 위대한 시인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틀림없이 그의 시간, 그의 날, 그의 시대에 위대하고 독창적인 해석자이다.”

 

모든 위대한 광고작가처럼 ‘모든 것에 맞는 하나의 해결책’을 싫어한 프랭크는 그가 빌딩의 조망을 철저히 탐색하고 그 건물에 들어갈 사람들을 만나고 난 후에 건물을 디자인했다. 그가 건축가 대신 작가로서 활동했다면 그의 광고 캠페인은 그의 건물들처럼 독특하게 잘 만들어졌을 것이며, 또 그는 우리가 광고라고 느끼지도 못할 광고로 우리를 감동시켰을 것이라 확신한다. 프랭크는 또한 14개의 비밀글자(모욕의 위험은 솔직성의 대가이다)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렸을 때 나는 정직한 우아함과 가식적인 비굴함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했다. 나는 정직한 우아함을 선택했고 이를 바꿀 기회를 갖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광고에 대해 단 한 줄도 쓴 적이 없지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광고의 마법사 가운데 전설로 남아 있고, 사람들은 쉽게 그를 ‘사라진 마법사’로 알고 있다.